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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건강칼럼#2] 손톱, 건강의 척도

‘손과 얼굴은 영혼의 거울’이라는 말을 본 기억이 있다. 아마 내가 학교다닐 때였던 것 같다.

인생 사십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들어왔고 또 어린 나이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터라

인격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손은 왜 들어갔을까? 뚜렷한 차이가 없이 누구나 비슷한게 손인데. ‘얼굴이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으면 쉬웠을텐데 손은 왜 들어갔을까 라는 생각을 한동안 했던 기억이 있다.

얼굴 외에 인체에서 사람의 손처럼 다양하고 제각각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게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되었다.

작고 통통한 손, 하얗고 긴 손, 울퉁불퉁한 손, 사진작가가 찍어 놓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농부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

얼굴이 변화하는 마음을 보여준다면 손은 살아온 인생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손금 등 수상(手相)을 통해 운명을 보려는 사람들도 많다.

손가락의 끝은 동맥과 정맥이 만나는 민감한 부위다.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다치기도 쉽다. 이 말단을 보호하는 갑옷과 같은 껍질이 있는데 손톱이다.

손톱은 신경이 없는 죽은 조직이라 외부의 충격을 줄여주는가 하면 엉킨 끈을 푸는 등의 섬세한 조작에 꼭 필요한 존재다.

어느 민족의 경우는 상류신분을 나타내는 표시로 손톱을 기르기도 했다.

손으로 궂은 일을 안해도 되는 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손톱을 길게 기르고 손톱에 영롱한 물감을 칠해서 돋보이게 하기도 했다.

요즘은 누구나 손톱에 예쁜 메니큐어로 물들이곤 하지만 이집트의 한 여왕은 붉은색 손톱광택제는 귀족들만 사용하게 했다.

손톱은 한때 신분을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되었지만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손톱을 보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손톱은 손톱뿌리(爪根)에서 손끝까지 자라는데 3개월 이상 걸린다.

손톱이 거칠거나 휘어지고 무늬가 있는 경우는 만성적인 질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 해준다.

손톱이 뒤로 구부러진 기형적인 손톱은 철분이 부족한 빈혈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손톱위에 흰색의 띠가 있는 경우 가벼운 비소중독이나 다른 병이 있을 수 있다.

여자들의 경우 수술 전에 메니큐어를 벗기라는 요구를 받을 때가 있는데 마취할 때 입술과 함께 손톱 아래의 색갈로 환자가 충분한 산소공급을 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백하고 흐릿한 손톱은 때로 간경화의 신호일 수도 있다. 한의학적으로도 손톱의 상태를 보고 간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내경(內經)에 간은 힘줄과 연관이 있고 그 상태는 손톱에 나타난다라고 이야기 하며 간에 열이 있으면 손톱이 퍼렇게 되면서 마른다고 했다.

실제로 간이 나빠 해독작용을 잘 못하는 환자의 경우 손톱이 건조하고 거친 무늬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손톱에 나타나는 다양한 신호를 보고 자가진단하여 너무 겁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단순한 손톱의 외상이나 곰팡이 등의 감염으로, 혹은 너무 자주 손에 물을 대는 경우도 손톱에 손상이 오는 경우도 있고 개인의 편차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손톱이 이유 없이 평소와 달리 거칠어지고 피로하거나 다른 전신증상이 있는 경우는 전문가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